내 마음의 양식

경영의 미래, 미래의 경영

문학중년 2013. 10. 29. 21:52
[도서]경영의 미래
게리 해멀,빈 브린 저/권영설 등역
세종서적 |

2009년 02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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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 이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

   경영학 책 좀 읽는다고 어줍잖게 생각을 했었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경영 구루라는 '게리 해멀'을 몰랐다는 것은 그동안 제대로 시대의 흐름을 못따라갔구나 라는 반성부터 들었다. 저자의 약력을 살피다 보니 집 책장에 꽂혀있는 '꿀벌과 게릴라'라는 책의 저자였다. 제목이 이상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아마도 읽게 될 것 같다.

 

   초반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매우 쇼킹했다. 매우 당연시해서 전혀 의문조차 갖지 않던 사실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조목조목 이야기 하는데, 현재의 경영에 익숙해져서 너무도 당연시 했던 일들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화두를 던졌다.

   90년대 대학을 다니며 경영학을 공부했고, 직장을 다니다가 2000년대에 다시 경영대학원이라는 곳을 갔는데, 그때 느꼈던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옛날이나 그때나 배우는 내용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이래서 진리란 영원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 물론 세월이 흐르며 유행하는 부분이나 새로운 트렌드 등이 반영이 되긴 했으나, 특별하게 새롭거나 다른 점이 없다고 느꼈으니, 게리 헤멀이 경영학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 들어서 예전에 만든 이론에 따라서 열심히 하려고만 한다고 비판을 하지 않는가

   헤멀의 이야기는 옛 시스템을 넘어서 경영혁신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과거의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혁신을 하여 그 혁신을 경쟁우위로 삼아서 새로운 미래의 경영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매우 담대하고 멋진 목표이며, 실제로 성공했을 경우의 영향력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혁신의 단계는 4가지가 있는데, 운영혁신, 제품혁신, 전략혁신, 경영혁신이다. 뒤로 갈수록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과거의 것도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과감성이 있어야 하며, 빠른 속도로, 누구나 매일 해야 과제로 만들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직원을 혁신가로 만들며, 여유로운 시간을 주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례로, 커뮤니티 처럼 운영되는 '홀푸드'의 사례를 들었다.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어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동료들에 의해서 평가를 받는, 완전히 커뮤니티처럼 운영되는 소비업계의 혁명적인 기업 모델이다. 기존 경영방식과 전혀 다른 모델이며, 직원들의 몰입도와 실천력은 이미 어떤 경지에 오른 상태여서 스스로 운영되게끔 하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은 못해봤으나, 매우 성공적인 모습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이외에도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와 인터넷 검색회사 구글 등의 예를 좋은 사례로 들었다. 모두 경영혁신을 하여 기존의 모델의 이단아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큰 성과를 낸 기업들이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을 하면 이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혁신팀을 만들어서 무언가 해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팀에서는 일에 방해가 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경영혁신도 게리 해멀이 말하는 종류가 아니라, 기존의 경영에서 잘 안되는 것을 찾아내어 개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잘되게 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경영혁신팀에 속한 인력들도 모두 잘하는 사람들이고 인정받는 사람들인데 왜 성공하지 못할까?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리 헤멀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좋은 이야기이며 이해가 간다. 그런데 내노라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왜 모두 게리 헤멀의 이야기가 좋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거나 못했을까?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다. 경영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꼭 현실에서 증명해 보일 필요는 없지만, 게리 헤멀에게 본인이 말한 것을 경영에 접목해 보라고 하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책 전반부에는 경영혁신이 필요한 이유와, 사례에 대해서 소개한 부분은 마음에 많이 와닿았으나, 중반이후는 다소 맥이 빠져서 끝이 좀 흐지부지 된 느낌이다. 오히려 마지막 역자의 말이 와닿는다. 평소에 고민해오던 일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혁신가를 위한 책이며, 21세기의 경영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한 점, 관념의 유희에서 벗어나 실천을 강조한 부분은 실제 경영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같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익숙해진 것들과 결별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