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양식

80일간의 거래일주

문학중년 2013. 10. 29. 21:54
[도서]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저/홍선영 역
갤리온 |

2011년 03월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

  주변에서 읽어보라고 추천이 많았다.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고액연봉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를 일주하면서 이것저것 무역을 한 이야기가 대략의 개요였다. 읽고 싶지 않았는데 평소에 신뢰하는 사람들이 적극 추천을 하기도 하고, 아예 책을 선물로 받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저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모니터 앞에서 수백억을 거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출발하여 모로코-수단-잠비아-보츠와나-남아공-인도-키르기즈스탄-중국-대만-일본-멕시코-브라질을 돌아서 다시 영국으로 오는 지구 한바퀴의 일정이었다. 저자는 집을 판 돈으로 종잣돈을 만들고 한 나라에서 물건을 사서 별도의 가공없이 다른 나라에 파는 일종의 중계무역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 나라가 기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면서 아이템을 바꿔서 사서 파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시간상의 제약이 있고, 재고가 발생할 때 처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여튼 한쪽에서 경쟁력 있는 물건을 사서 결핍을 느끼는 다른 지역에 판매하는 일이다.

  카펫을 사서 팔고, 낙타를 사다 다른 데다 팔기도 하고, 칠리소스와 와인, 옥을 사는 투자를 하면서 손해를 보고, 또 이익을 보면서 각 나라의 노련한 상인들과 협상하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일본에서 거의 이틀동안 꼬박 배를 타고서 적자없이 150엔을 벌고 기뻐하는 장면을 보고는 정말 고생 많았다라는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던 화이트컬러 노동자가 아무 경험없이 좌충우돌 실물경제를 느끼면서 배워가는 부분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고 저자와 같이 해보라고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 자만감이 들긴 하는데, 여기서 내가 놀라는 것은, 세계일주를 하면서 무역을 하는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실행한 점이다. 우리는 주어진 일은 잘하지만, 어떻게 보면 황당무계한 계획을 해내는 것과 황당함을 실행하는 측면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희귀한 발상 자체가 매우 놀랍다.

  도전정신을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 이 친구가 겪은 일들을 보면 어찌보면 무모하리만큼 뜬금없다. 무역을 통해서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 보다는, 실크로드를 오가면서 무역을 했을 과거의 상인들의 마음이 어떤지 느껴보기도 하고 일의 성과보다는 깨지면서 배워가는 모습, 여행이 지속될수록 성장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이 갔다

  경제를 모니터 앞이나 책을 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물과 돈이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며 지구상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경제활동의 주체들의 존재를 느끼며, 품질과 가격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비슷하게나마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본따서 '80일간의 거래일주'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가 영국에서 방송되었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말한 소재가 된다는 느낌이다. 다른 내용들보다도 머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실물로 경제를 이해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다음에는 한국에 방문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싸이 음반을 사서 태국에 가서 판다든지 하는 내용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