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양식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문학중년 2013. 10. 29. 22:02
[도서]퍼실리테이터
채홍미,주현희 공저
아이앤유(inu) |

2012년 10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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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라는 말이 와닿네요

  퍼실리테이터라는 단어는 이미 들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대략은 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출판 설명회(?)에 참여하여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들으면서 역시 어떤 분야든지 깊게 파고 들어가면 매우 심오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워낙 강의와 진행 경험이 많으신 두 분이서 진행을 해서인지, 유쾌하고 깔끔했으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휙 지나가버렸다. 퍼실리테이터가 막연하게 워크샵이 잘 되도록 해주는 진행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나름 여러가지 노하우와 함께 주요 원리들도 알게 되어서 크게 배운 하루였다.

 

  강의가 끝나고나서 책을 다 읽은 후에 3가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첫 번째는 퍼실리테이터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공기가 있다는 걸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공기없이 살 수는 없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물흐르듯이 진행되도록 해준다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이 붙을 때 산소를 주입하면 아주 잘 타듯이 무엇인가를 활성화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고산지대에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한 것을 체험한 적이 있었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고 어지러워서 뭔가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아마도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워크숍이던, 교육이던 산소부족 사태가 오지 않을까?

  두 번째는 퍼실리테이션 디자인의 5P이다. Purpose, Products, Participants, Process, Probable Issue이다. 이 원리만 이해하고 있어도 큰 줄기상의 워크숍이나 교육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적을 분명하게 세우고, 도출해야하는 산출물을 확인하며, 참석자를 선정하고 그들의 관점을 확인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혹시모를 돌발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당연하거나 간단한듯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온 것이라서 매우 의미있게 생각된다.

  세 번째는 내가 몰랐던 독특한 세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저자 중의 한 분은 직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별도로 독립하여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주제로 사업까지 하면서, 모든 팀에 한 명 이상의 퍼실리테이터가 만들어지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었다. 남들이 모르거나 남들은 보지 못한 부분을 먼저 보고서 무언가를 했다는 자체가 벌써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세계에 입문해서 알지도 못하는 국제 퍼실리테이션 자격증도 합격하고, 본인이 종사하는 분야를 스스로 키워가는 것에 대해서 배울 점이 많았다. 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무언가 키워볼 생각을 왜 그동안 못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삽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보아온 한국에서 발간된 책들에 들어간 삽화들과는 다른 독특한 면이 보였다. 댄 퍼잡스키의 그림이 연상되는 차별성이 좋았다. 삽화의 작가도 퍼실리테이터 활동을 하는 것도 예상외였다.

 

  강연회에 참석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퍼실리테이션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깊게 알고자하는 욕망이 있어 보였다. 참석자들 일부는 이미 서로를 아는 것 같았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나니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하고,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복잡한 것 같다.

  퍼실리테이터가 일반 회사에서 워크샵이나 회의 또는 교육에 상시로 응용되면 괜찮을 것 같다. 모든 경우에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