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아픈 부위를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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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김국현 저 궁리 | 2013년 04월내용 ![]() ![]() ![]() ![]() ![]() ![]() ![]() ![]() ![]() ![]() ![]() ![]() |
얼마 전에 읽었던 조신 저자의 '대한민국 IT 인사이드'가 개인의 감정이나 기름기 없이 감정을 싹 뺀 상태의 객관적이고 담백한 입장에서 쓴 책이라면, 이 책은 현장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이 들어간 내용이 많다.
정책적인 내용이나 기업의 CEO로서 큰 흐름을 보고 있는 조신 저자가 쓴 책은 IT의 전체를 개관할 수 있게 해주며, 김국현 저자의 이 책은 실제 업무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놓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IT를 좀 더 철학적인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끔 저자가 화두를 던질 때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요즘 이슈가 되는 HTML5와 액티브X, 공인인증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소신있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점은 쟁점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SI산업에서, 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스템 개발회사와 사용회사의 불일치, 그로 인해 발생되는 품질문제와 이공계 인력들의 S/W산업 기피현상 등등을 매우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SW의 특성상,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고, 건설업 기준을 SW에 적용하면서 벌어지는 웃지못할 현상들에 대한 비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동의하는 이슈와 그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지만, 누구도 나서서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 서로 눈치를 보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뒤집어 생각을 해보면 구조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에 의해서 바뀌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개선을 해야하기 때문에 저자처럼 계속 이슈제기를 하고, 담론을 제기해야 한다.
더불어 유일한 피해자처럼 생각되는 개발자나 회사도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때문에 프리랜서를 고용하려고 인터뷰를 보았고 약속된 날 출근하기로 협의도 모두 끝냈다. 그런데 나오기로 한 날 안나와서 전화연락했더니 출근 시간이 빨라서 못나온다. 프로젝트 장소가 멀어서 못간다 등의 어이없는 이유를 대고 안나오는 경우가 프리랜서 계약때마다 발생했다. 그래서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투입했는데, 개발 품질이 말이 아니었다. 고객사에서 정말 많은 항의를 받았다. 정말 어디서 이런 거지같은 사람이 프리랜서랍시고 돈을 받는지 어이가 없었다.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사용자가 개발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업에 속해서 투입된 개발자와 프리랜서는 품질 자체가 달랐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당시 아쉬웠던건 나였지만, 그 아픈 경험이 바탕이 되어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프리랜서는 쓰지 않으려고 하고, 검증된 사람만 쓰게 되었다. 차라리 프리라이더라고 하는게 옳은 표현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를 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의 프로젝트 투입인력에 대한 대우를 해주려고 했는데, 실력은 없고 돈이 아까운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반 정도만 동의하게 되었다. 발주처나 기업만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IT업계의 나쁜 관행을 개선하려면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늙어가는 고객사의 좀비 관리자만의 탓이 아니며, 왜 RFP를 내어서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IT업계의 이슈와 담론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쉬운 내용을 너무 어렵게 표현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평범하게 기술해도 되는 내용에 너무 의미를 담아서 현학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아쉽다. IT비전공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꽤 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