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양식

중국 지성들의 진솔한 인터뷰

문학중년 2013. 10. 29. 22:42

[도서]중국의 내일을 묻다

문정인 저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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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식인들의 솔직한 속내

  이 책은 2010년에 샀으나 올해가 되서야 겨우 읽고 말았다. 2010년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고 추천한 책 중에 하나라서 별 고민없이 샀는데, 책을 휙하고 훑어서 넘겨보니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재미없는 책처럼 보였기에 괜히 샀나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 놓은 채로 3년이 흘렀다.

  이사하면서 짐을 줄이느라 책을 분류해서 중고로 팔 책, 소장본으로 가져갈 책, 그냥 버릴 책으로 구분했는데, 이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챙겨서 가져 갔다. 새로운 책을 사지 말고, 일단 읽지 않은 책부터 읽기로 했기 때문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들었다.

  정글만리를 읽은 다음에 이 책을 보았는데, 소설 정글만리의 인문학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조정래 선생님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소설로 녹인 것이고, 이 책은 중국을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차이만 있을 뿐

 


 

  질문은 주로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궁금하거나 걱정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중국이 커지고 있으며 향후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가 둘째, 중국은 왜 북한편만 들면서 북핵을 제대로 통제 못하나 셋째, 중국은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넷째, 중국의 대외정책 등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것이며, 결국 미국과 대결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국 대부분의 지성인들은 그건 서구인의 시각일 뿐이며, 중국은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빈부격차가 크고, 환경오염이 심하며, 자원이 부족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혈맹국가로서 가까운 것은 사실이나 요즘은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같지 않으며,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을 제재해 버리면 그나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기 난처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북핵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핵을 어쩌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인듯 하다.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질까봐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북한은 중국에게 계륵같은 존재인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대해서는 작지만 강하게 생각하고 경계하던 입장에서,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을 명확하게 갖고 있는듯 하다. 한국이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그다지 신경써서 배려하지는 않을듯 하다. 정글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경계하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게 역력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한국에서 난리가 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한 연구소의 연구과제였을 뿐, 중국 정부 자체가 역사왜곡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답을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오늘날의 중국은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중국에 관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어 명의 중국 학자들이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준 원인 중의 하나를 언론에서 찾는데 그 부분도 이해할만하다. 한국과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양국의 이상한 기사를 크게 이슈화해서 국민감정을 건드린 부분도 있었고, 유능한 언론인들이 양국 정부의 입장을 너무도 상세하게 분석 및 예측을 해서 양 당사자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불필요한 노출을 한 부분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이끌어가는 지성인들의 속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혔서 좋았지만, 이웃의 소국으로 살아가기가 갈수록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현실을 느끼면서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1949년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으나, 1989년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고,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충격으로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