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양식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문학중년 2016. 12. 25. 23:04
[도서]서민적 글쓰기
서민 저
생각정원 |

2015년 08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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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누가 그 징그러운 기생충 같은 걸 연구하나 싶었다. 나보고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절대로 못할 것 같은... 그런데 기생충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니!

 

  국민학교 1학년부터 기생충 검사를 위해서 자기 대변의 일부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전문 용어로 채변봉투라고 불리는 곳에 잘 담아서 제출해야했다. 변을 담는 비닐이 있고, 그 비닐에 변을 조금 담아서 실로 꽁꽁 묶어서 종이에 담아서 제출했다. 잘못 뜨면 꽤 양이 많아서 투명한 채변봉투를 통해 제법 넓어보이게(?) 비치기라도 하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아무리 잘 동여매도 제출하는 날은 반에 냄새가 한가득했다. 준비를 안해온 사람들은 학교 뒷산으로 가서 준비(?)해서 제출해야 했다.

 

  어릴 적이 었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제출하면 끝이지만 그 변을 일일히 검사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얼마나 힘들까? 나중에 시간이 지나 검사 결과가 나온다.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등으로 결과가 오는데, 기생충이 있는 친구들은 아주 창피해했다. 특히 여자 동창들은 더욱 더. 가위, 바위, 보로 한 친구를 정해서 나머지 친구들에게 변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재수가 없으면 모두 회충 감염자가 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채변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냄새도 냄새고 뜨는 과정에서 구역질도 나고... 예전에 정말 기생충이 그리 많았던건지 뭔지, 봄되면 구충제 먹으라고 난리치고, 고기는 날로 먹지 말라고 하고, 간디스토마, 민물고기에서 나오는 기생충 등등 거의 공포수준으로 계몽이 되었기에 매년 구충제를 먹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게 잠재의식 속에 남아서 회, 육회를 아예 먹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 먹기 시작했을 정도다.

  저자는 환자의 몸에서 3미터나 되는 기생충을 뽑아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1미터 정도되는 기생충이 같이 놀던 애한테서 나오는걸 본 적이 있었다. 으~ 정말 기괴했다. 저런 게 사람 몸속에서 살고 있었다니... 그날 나도 구충제를 먹었다.

  서민 작가가 기생충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왠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민'이란 이름도 매우 정감이 가고, 저자에게는 죄송하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은 사회가 도와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을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에게 보낸 편지며, 예전의 여자 동창에게 편지를 보낸 것들을 읽어보면 참 배려심 많고 생각이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진국일 것 같은 그런 느낌? 논리적으로 글도 잘 쓰고, 거기에 촌철살인의 반어법과 유머까지 겸비했으니 시간을 두고 볼수록 그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을까?

  TV에서 우연히 보고서 참 독특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경향신문의 칼럼을 보고서 그의 글을 비로서 접하게 되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당시의 정치상황을 매우 위트있게 풍자내지는 비판한 글이었다. 아! 정치 칼럼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구나. 눈에 보이게 날을 세우지 않아도 웃으면서 비판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처음부터 글을 잘 썼을 것으로 생각됬던 그도 글쓰기의 암흑의 시절이 있어서 감추고 싶은 시절이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결론적으로 타고나는 것보다는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지름길이 없는듯하다.

  나도 정말 간만에 책을 보고 간만에 다시 서평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즐겁다. 책을 통해서 다른 책을 알아가는 재미도 좋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배려심이 많다는 이야기에 위안을 얻기도 한다. 나도 소설이나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