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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Factory

일본의 Smart Factory 등장 배경(모노즈쿠리)

문학중년 2022. 3. 19. 21:54

  Smart Factory의 해외 현황을 조사할 때 대상으로 삼았던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이었습니다. 나라마다 벤치마킹 할 기업을 하나씩 정했는데 일본은 미쯔비시 전기였고 구체적인 장소는 나고야에 있는 카니공장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하면 최첨단의 상징이고 기술력도 뛰어나고, 초소형/초박형/최대/최고/최신 등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2017년에 공장 견학을 갔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제조업 강국이고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요즘은 예전 같은 활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왜 Smart Factory를 추진하려고 했을까요? 

 

  일본어로 '모노즈쿠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Smart Factory 사업을 하면서 처음 들어본 용어인데,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라는 단어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라는 일본 동경대 대학원 교수가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하는데, 일본 사회의 장인 정신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제품의 품질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를, 이렇게 혼신의 힘을 쏟아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자세에 있다고 봅니다.

 

  몇 백년 된 가업을 이어가는 그들의 전통과,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는 그들의 자세는 매우 훌륭하고 어떤 때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신기술도 등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술들이 서로 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빨리 개발하고, 빨리 생산해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모노즈쿠리 정신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일본 미쯔비시 본사의 전시관

  학생 때 생산관리, 품질 관리 등의 이론을 원서로 배웠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경영학 이론과 용어들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분명 미국에서 발행한 원서인데 일본 사례가 실려 있는 것도 모자라, 경영학 용어 자체가 일본어이면서 서양인들이 일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시생산 체계(JIT : Just in Time), 지속적 개선(카이젠, Kaizen), 간반(칸반, kanban) 등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인 관리 방법을 직접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고 큰 성과를 낸 것입니다. 

 

  방법론 관점에서 보면 일본 제조업은 매우 우수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상대적으로 ICT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에는 관심이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ITC를 활용하여 제조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들이 주로 미국, 독일 회사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두 나라는 모두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공정/설비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분석하고 개선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전문가, 장인의 경험과 지식이 표준화되지 않고 암묵지 형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ICT를 활용하여 형식지로 디지털화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계를 느껴서인지, 아니면 경쟁국의 대응방식을 참고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기존의 성공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미쯔비시, 도요다, 파나소닉 등 일본의 대기업 주도 아래 제조업 60여개사가 참여하여 IVI(Industry Value Chain Initiative) 협의체를 구성하여 Smart Factory 전략을 수립합니다. RRI(Robot Revolution Initiative)라고 하는 로봇 생태계를 위한 협의체에서는 로봇 산업을 구성하는 대기업과 부품업체인 중소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생태계를 혁신하고자 했습니다. 

  독일이 CPS(Cyber Physical System), 미국이 Digital Twin이란 컨셉으로 플랫폼화 해서 제조 산업 내의 빅데이터 통합을 중시한 반면, 일본은 엣지 컴퓨팅의 개념으로 분산형 컴퓨팅 관점에서 단말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미국, 독일 대비 기존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규 투자액을 적게 하고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형태를 띈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쯔비시 전기를 방문했을 때 나고야 공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이 지멘스와 마찬가지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였습니다. 설비가 제품을 생산하게 하려면 프로그램이 제어를 해야 합니다. 공정 재배치를 하거나 최적화를 위해서는 작업 공정이나 방법 등을 다시 셋팅을 해줘야 하는데, 그에 맞게끔 언제든지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PLC입니다.

  PLC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역할과 모니터링도 하는데 미쯔비시 전기는 이러한 개념을 e-F@ctory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GE나 지멘스의 데이터 수집/분석/시각화와 매우 유사합니다. 또한 e-F@ctory라는 개념으로 연합체를 구성하여 표준화하는 정책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쯔비시 전기의 표준을 따르게 되면 그 연합에 포함된 회사들끼리는 데이터의 유통이나 호환성 있는 장비를 만들기가 용이해지는 것입니다. 저희에게도 연합체 가입 요청이 있었는데 검토하다가 더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미쯔비시 전기의 e-F@ctory는 7가지 FA(Factory Automation) 통합 솔루션 들이 있는데 iQ Platform, CC-Link IE, iQSS, iQ Monozukuri, iQ Care, e-F@ctory Alliance, EZSocket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당시 설명을 들었을 때는 GE의 'Predix'나 지멘스의 'Minds Sphere'와 같이 산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이라기 보다는 미쯔비시 전기 단일 회사 중심의 솔루션들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미국, 독일과 다르게 일본에서 보고 느끼며 인상깊었던 분야는 바로 '인간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미쯔비시 전기는 완벽한 자동화를 추진하지 않는 점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100%의 완벽한 자동화를 추진할 수 있는데도 사람이 하는 부분을 남겨놓았기에, 왜 저 프로세스는 자동화를 하지 않냐고 제가 직접 미쯔비시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의도적으로 남겨 놨다는 답변과 함께, 고도화를 위해서는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모두 다 자동화해버리면 그 영역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향후에 고도화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문 당시에 만났던 그 작업자가 하는 공정을 관찰해 보면 정말로 쉴 틈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들리는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담배도 피고, 공정간 작업 시간을 길게 늘려 놔서 휴대폰으로 동영상 보면서 쉬며 놀며 작업한다는 내용과는 완전 극과 극이었습니다.

 

일본의 스마트팩토리 엑스포

  미쯔비시 공장 담당자는 한국인들이 자기네 공장을 보면 실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자동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들 공장보다 훨씬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함께 갔던 S그룹, L그룹 출신 팀원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자동화는 한국이 잘되어 있어서 그 측면에서는 그다지 보고 배울 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중심의 자동화가 아직도 기억에 계속 남습니다. 그 쉴 새 없는 작업 공정을 열심히 처리하는 일본 작업자의 모습도 떠오르고요.

 

  현재 Smart Factory나 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입니다. 그 두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쯔비시 전기나 다른 일본 기업들도 지속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어떻게 보면 유행처럼 반짝하고 시들 해지는 경우가 많은 우리보다 꾸준함이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저희가 공장 벤치마킹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떠날 때, 우리를 안내한 미쯔비시 직원들이 정문 현관에 도열해 있습니다. 저희가 탄 버스가 출발하자 버스를 향해 90도로 절을 합니다. 저희가 탄 버스가 나갈 때까지... 같이 간 한국 사람들 모두 입에서 '아~' 하는 경탄의 소리가 나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억은 계속 지워지지 않네요. 요즘 일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맹목적으로 사람을 줄이는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지식이 함께 활용되는 인간 중심의 Smart Factory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화와 지능화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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