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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양식

한국사회의 자화상

문학중년 2013. 10. 29. 22:38
[도서]트렌드 코리아 2013
김난도 등저
미래의창 |

2012년 11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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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화상을 보는듯 하다

  소비자아동학과는 예전에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서울대를 가고싶은데 경상대나 의대, 공대에 갈 점수가 되지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학과 중에 하나였다. 소비자아동학과 전공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시절은 그랬다. 하지만 경영학을 배우고, 소비자에 관한 학문을 배우면 배울수록 소비자를 연구하는 학문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름만 다를 뿐, 경영학의 주요한 객체인 소비자와 더불어 트렌드에 관해서도 배울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소비자와 아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은 괜찮은 학과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아픔을 달래준 란도샘은 정말 작명의 천재인듯 하다. 2007년부터 GOLDEN PIGS, MICKEY MOUSE, BIG CASH COW, TIGEROMICS, TWO RABBITS, DRAGON BALL을 거쳐 2013년 트렌드로 COBRA TWIST라는 키워드를 도출해냈다. 띠별로 각종 키워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가끔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일단 이런 방식으로 매년 사회와 소비자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누가해도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서 발표회에 참석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교수는 교수다라는 생각을 했다. 책 내용을 강의하듯이 두 시간가량 들었는데,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때의 그 강의가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훌륭한 요약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의 앞부분은 전년도의 트렌드 예상에 대한 복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맞았는지와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를 짚어준다. 한해의 흐름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을 내다보기 때문에 맥락의 이해가 쉽고 신조어를 정리해놔서 현재의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게 해주고 있다. 작년도 키워드 중에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Neo-minorism'이다. 마이너라고 여겨졌던 많은 요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입고 메이저를 종횡무진한다는 이야기인데 올해 싸이가 그 전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Over the generation은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었다. 아주 멀지도, 아주 가깝지도 않은 90년대의 복고 바람이 전세대에게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건축학 개론'은 정말로 그때를 살았던 젊은이로서 그때의 음악과 문화를 강하게 회상할 수 있는 감동적인 콘텐츠였다.

  매년 특이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3년은 불확실성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키워드인 C는 'City of hysterie'이다. '날 선 사람들의 도시'라는 말로 설명이 되었는데,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서로 돌봐주거나 의지할 곳 없는 각박한 사회생활을 설명해주는 적절한 표현인것 같다. 익명화되고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자기를 지킬 것은 결국 자기밖에 없는 외롭고 피곤한 사회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재이다.

  다른 키워드들, 난센스, 스칸디맘, 소유냐 향유냐, 나홀로 라운징, 미각의 제국, 시즌의 상실,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소진사회, 적절한 불편 등도 2013년도의 한국의 트렌드를 설명해주는 적절한 단어들인것 같다. 내년도 트렌드 중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보면 미래의 트렌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올 것이다.

  소비자학을 전공한 김난도 교수가 어떻게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사회의 트렌드를 연구하다보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것과 위안을 주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이 매년 나오는 줄 모르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매년 읽어볼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2012년 전후의 우리 모습이 담겨져 있는 역사책으로 생각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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