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반전의 묘미

[도서]오입쟁이 사기꾼 그리고 수전노 조주청 글,그림 아라크네 | 2001년 08월내용 편집/구성

예전에 오성과 한음이란 책을 보면서 조상들의 절묘한 해학과 재치에 대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여행가로서도 이름이 높은 조주청님이 예전에 할머니한테 들으면서 놀라워했던 얘기들을 직접 그림으로 엮은 것이다. 상당히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들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도 한국에 전해져오는 얘기보다는 해학과 재치가 떨어진다고 하길래 과연 어떤지 궁금했다. 거의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 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때로는 기가막히고 번득이는 재치로 탄복하고 만들고, 또 때로는 가슴아픈 결말로 가슴을 찡하게도 만들었다. 야한 내용이 많긴 하지만 성인들이 보기에 가벼우면서도 절묘한 내용이라서 보는 내내 즐겁게 보았다. 아기 공룡 만화 씨리즈 외에 처음 산 만화책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재밌는 책이었다.

[인상깊은구절]
* 도둑 내쫓기 도둑이 도망가고 난 후, 유초시는 이불 속에서 나와 겸연쩍은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진작 쫓을 일이지, 열 두 바가지 풀 때까지 세는 것은 또 뭐야' '독에서 쌀을 펐을 때 문을 박차면 쌀이 흩어질 것이요, 대 여섯 바가지 퍼담았을 때 도둑을 쫓으면 쌀자루를 메고 달아날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 열 두 바가지를 당은 자루는 너무 무거워 도둑이 메고 갈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다. 무식하다고 퇴박주던 부인이 사서삼경을 수백 번 읽은 유초시보다 훨씬 똑똑한 것이다. 유초시는 책을 몽땅 들고 나가 불태워 버렸다. 갓과 도포도 함께. 이튿날부터 유초시는 밭에 나가 부지런히 농사일을 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