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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세대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 본문

내 마음의 양식

선배 세대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

문학중년 2013. 10. 29. 22:40
[도서]군과 나
백선엽 저
시대정신 |

2009년 06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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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조인스에서 중앙일보에 연재되는 6.25 60년 특집으로 '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이라는 코너를 보게 되었다. 매일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어쩌다 눈에 띄어 읽었지만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철수하는 내용이 매우 현실적으로 절절하게 다가왔으며, 실제 내가 그 일을 겪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매일 그 코너를 보게 되었다. 내용은 그 당시를 겪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이야기라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갖게 되었고 매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보는 관심 코너가 되었다.

중학교때였나 그때까지는 반공교육과 6.25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들어 지겹다고 생각했었다. 6월만 되면 반공 글짓기, 표어, 웅변대회가 펼쳐지고, 인근 군부대에서 나온 군인아저씨가 반공웅변을 하던가, 남파간첩 물품 전시회, 그리고 우리는 못봤지만 월남자의 강연 등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노태우 대통령 때인가부터 조금식 줄어들더니 이제는 청소년들 중 6.25가 어떤 것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한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서 백선엽 장군의 글을 읽다 보면 그 안에 인간이 있었고,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추악한 모습과 아픔, 갈등, 고난, 역경 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매일 매일 나오는 연재물을 보다가 너무 기다리기 힘들어서 혹시나하고 예스24에서 확인해 봤더니 백선엽 장군님의 책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입을 했다. 거의 단숨에 읽어서 책을 읽은지 이틀 만에 모두 읽었다. 조인스에 나오는 기사가 바로 이 책을 기반으로 했으며, 주요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써놔서 이해하기가 쉽고 읽을 부분이 더 많았다. 이 책을 다 읽은 날 꿈에서 전투를 하도 실감나게 해서 다음날 매우 피곤할 정도였다.

그동안 이해했던 6.25는 단편적인 사실이나 빨치산 또는 개인의 체험담 위주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쟁의 흐름이나 방향을 이해하기 보다는 역사의 일부 현장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의 지휘자로서 전쟁의 발발이전부터 종전때까지의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있던 저자의 글은 전쟁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시대를 기록하기 어려웠던 6.25에 대한 중요한 기록으로도 생각이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면서 할아버지 세대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들이 젊었을 때 목숨을 걸고 싸웠구나, 우리는 그들을 너무 잊고 지냈구나, 오늘날이 그들의 덕분인데 우리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영화와 달리 이 책은 장면장면에 대한 기록은 적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생을 하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싸웠는가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다부동 전투에서 미군과의 연합작전중 북괴군에 밀려 퇴각하는 대대를 홀로 뛰어가 설득하고 장군이 권총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장면은 매우 큰 감동을 준다. 또한 다부동에서 벌어진 처절한 살육전에서 끝까지 방어선을 지켜낸 선배 전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그들의 명복을 빈다.

만주군으로 입대하여 국군이 되고, 30세에 별을 달고, 31세에 소장이 되고, 32세에 중장이 되고 33세에 대장이 되는 요즘은 불가능한 일들을 겪으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시대의 중심 인물이 된 저자의 인생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좀 있었을 것이나, 정보작전병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그 당시 작전과 전략 등을 이해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잠깐씩 읽어본 6.25 서적에서는 당시 사단의 규모와 교육훈련체계, 장비, 화력, 기타 지원 등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1개 군단이 중공군에게 궤멸될 수가 있나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당시의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 고전을 하고 어려웠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의 무용담이나, 전투신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보면 안된다. 이 책은 6.25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뤘던 지휘관 입장에서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선배 세대들의 치열한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아야 할 책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땅에서 일어난 사실을 볼 수 있게 해준 책이며 한국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선배세대와 외국 참전 용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게해준 매우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