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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양식

읽다 보니, 쓰다 보니

문학중년 2001. 1. 1. 09:00
[도서]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박성제 저
푸른숲 |

2014년 09월내용
편집/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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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같지 않은 중년의 이야기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이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축해주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계획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더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끼r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읽는 순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면서 동의하게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평범했던 부르주아 기자가 노조위원장이 되고, 해직된 다음에 스피커 장인이 되기 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목공예나 스피커 제작에는 전혀 지식도 없던 자신이, 어떻게 스피커 장인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참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였던 자신이 스피커를 만드는 장인이 될 줄을 생각이나 했을까?

  읽다 보면 저자가 다녔다는 공방에 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아는 사람도 퇴근 후나 주말에 공방에 다니면서 의자나, 식탁, 소소한 소품들을 만든다고 한다. 작업에 집중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이 만든 가구들을 가족들이 보면서 즐거워하고, 실제로 사용하게 되면서 그 가구와 소품에 대해서 큰 애정을 갖게 된다고 한다. 기성품을 산 것이 아니고 자기가 직접 만들었으니, 그런 가구에는 스토리가 있고, 가족들이나 누가 방문했을때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거리가 되니까 여러모로 좋다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던 두 부장님이 주변의 강한 만류를 뿌리치고 몇 년 터울을 두고 퇴사를 했는데, 두 분 모두 목수 쪽의 일을 하신다. 그 전에는 목수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IT업무에 종사를 했던 분들인데, 그렇게 열심히 목수 공부도 하고, 명장시험도 합격하고 정말 즐겁게 산다. 평생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목수 일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까? 나도 경험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으나, 무언가 자기가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성취의 만족감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집중해서 하다보니 잡일들을 잊을 수 있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냥 추측이 그렇다.

  목수와 스피커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있었던 MBC의 문제와 파업 등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 풀어 놓는데, 난 그 정도로 큰 이슈가 있었는지 당시에는 몰랐었다. 미리 알았으면 지지를 보내줬을 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대대로 방송국 사장은 정권에 관련된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데, 그렇게 지저분하게 방송국 사장이 되기 위해서 별짓을 다하는 줄은 몰랐다.

  김재철 사장은 언론에서 하도 이슈가 되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철 사장도 사장이지만, 이진숙 본부장은 정말 의외였다. 이진숙 기자는 이라크 전쟁때 특파원으로 파견가서 목숨걸고 취재도 하고, 기타 분쟁 지역에서 여러 차례 활동도 하면서 명성을 쌓은 사람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노조 탄압의 선봉이 되어 앞장서는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 MBC의 사측과 노조측의 갈등과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과거에 노조 활동도 했었고, 꽤나 합리적이고 자리에 연연해 할 것 같지 않은 분이, 정반대의 활동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뿐이다.

 

  박성제 장인이 빠른 시간 내에 MBC로 복직하기를 응원한다. 단 하루를 다니더라도 일단은 복직하기를 바란다. 40이 넘고, 20년에 가깝게 한 직장을 다니다 보니, 그가 회사를 나오면서 느꼈을 마음의 슬픔이 어떤지 대략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 그의 스피커 꾸르베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