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Transformation Nomad

현대카드 디자인 본문

내 마음의 양식

현대카드 디자인

문학중년 2001. 1. 1. 09:00
[도서]토탈임팩트의 현대카드 디자인 이야기
오영식,차재국,신문용 공저
세미콜론 |

2015년 06월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글은 별로, 사진은 볼만

  언제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현대카드 팬이 되어 버렸다. 독특한 카드 디자인과 알파벳 시리즈, 블랙/퍼플/레드 카드 시리즈로 다른 카드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천 공항의 현대카드 라운지에서 디자인이란 이렇게 구현될 수도 있구나하고 놀라기도 했다.

  신사동의 하우스 오브 퍼플도 가보고 신세계를 본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대카드에서 디자인한 'IT Water'를 보고서 카드사에서 이런 디자인도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 뒤에 생긴 디자인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다 가보면서 역시 현대카드가 하면 뭔가 다른, 카드사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디자인을 잘 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뮤직 라이브러리도 홈페이지로만 봐도 아주 멋질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지속적으로 수퍼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하고, 팀 버튼 감독 전시회, 지브리 스튜디오 전시회라던가 문화 예술에 관련된 의미있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서 문화 회사인지 카드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멋진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저절로 팬이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홍보(?)활동을 할 정도이다. 디자인에 관련된 분들을 모시고 퍼플하우스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갔었는데 여러가지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일들을 했나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았는데, 책 내용은 기대보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나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분들은 그림이나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전문성이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차라리 현대카드만의 독특한 디자인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과 의미있는 디자인을 어떻게 완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전반부에 토탈 임팩트가 이러저러한 회사라고 설명한 부분이 시작부터 눈에 거슬렸다. 그냥 직설적으로 느낌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비싼 애들이고 돈 준다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우리 까다로우니까 우리한테 일 시키려면 갑질할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우리말 들어, 그래도 맘에 안들면 그땐 니 얘기 들어줄께. 뭐 이런 느낌으로 보였다. 내가 좀 과장한듯하지만 자꾸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문투가 불편했다.

  그리고 뭔가 엄청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신임 디자인 실장에 관한 비판을 한 부분은 좀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인 또는 조직적인 문제를 책을 통해서 복수하는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 못지않게 토탈 임팩트를 광고하려는 의도와 디자인 실장에 대한 반감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저러한 것들을 제외하고 보면, 현대카드 디자인이 어떤 변화를 거쳐서 현재까지 왔는지 볼 수 있고, 자세하지는 않지만 뒷이야기 들을 들을 수가 있다. 그래도 아쉽고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는듯 하다. 그냥 설명이 조금 들어간 사진첩을 본 느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책의 논리나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현대 카드 디자인의 본질보다는 사심(?)들을 전달하려는 욕심이 과해보여서 무척 아쉽다. 큰 기대 없이 보면 괜찮은 책이고, 좀 더 깊이 있는 무언가(?)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