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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본문

내 마음의 양식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문학중년 2012. 12. 1. 22:33

  정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내가 리뷰를 쓴 책은 예외없이 모두 별 4개나 5개를 주었는데, 별 2개를 주는 책이 나올 줄이야. 별 2개를 줘야하나 3개를 줘야 하나 매우 고민하다가 결국 별 2개를 주었다.

  하도 탐스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읽어봤는데, 블레이크라는 친구는 노력이야 했겠지만 정말 운이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책 구성이며 논리며, 노홍철이 횡설수설 하는 듯한 느낌을 수없이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번역도 매끄럽지 못해서, 무슨 얘기를 하는줄은 알겠지만, 이리 저리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답답했다.

  성공의 이유라고 내놓은 이야기들도 억지로 쥐어짠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이리저리 하다보니 운좋게 성공했다라고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아니면 아예 겸손하게 책을 쓰지 말던가. 책 처음에 나오는 '성공'이라는 시도 '엘리자베스-앤 앤더슨 스탠리의 시로 추정됨'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시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로서 나름 잘 알려진 시이다. 번역가도 이 시를 찾아서 정확하게 써줬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 사업을 시작한 부분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괜찮았는데, 1/3을 넘어갈 즈음은 길을 잃고 만다. 갑자기 온갖 바깥의 좋은 이야기들로 책 분량을 메우다 보니 원래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와는 다른 이야기로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찌 어찌해서 책을 다 읽긴 했는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도 그렇긴 했는데, 아무래도 원판이 부실해서 그런듯 하다. 그래도 이 책에서 교훈을 뽑아내자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좋은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1개를 팔았을 때, 1개를 기부하는 독특한 기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것은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먼저 성공시켰다는 것과 기부의 실천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은 잘한 점이다.

  다만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현물 기부가 해당 국가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좋은 뜻으로 진행한 기부 활동이 해당국가의 신발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부로 인해서 신발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주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받는 국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봉사단체의 담당자들과 현물 기부에 관해서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분들도 이런 부분 때문에 대량의 현물 기부를 할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를 깊게 고민한다고 했다. 탐스에 아쉬운 점은 그런 내용이 없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현지 고용을 창출하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다른 측면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신발 외에 안경을 하나 더 주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안경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수선하고 품질 낮은 책은 별개로 하고, 탐스의 기부 모델은 신선함을 주긴 한다. 어차피 제품가에 기부하는 한 켤레의 값은 포함되어 있지만, 비싸게 산다는 생각을 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간접 기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한 부분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일깨운 좋은 계기가 되는 듯 하다.